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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의 캐릭터, 정수, 해미, 벤

좋은 이야기 수호자 2024. 12. 2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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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의 캐릭터 중심 분석

이창동 감독의 2018년 걸작 버닝은 경험적 공포, 계급 차이, 그리고 미성숙한 환멸에 대한 복잡하고 다층적인 탐구이다. 이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느슨하게 각색한 작품으로, 문화적·주제적 경계를 초월하는 매혹적인 서사를 제공한다. 버닝의 핵심은 캐릭터 연구이며, 정수, 해미, 벤이라는 세 명의 개성적인 인물들의 시각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를 엮어간다. 각각의 캐릭터는 독특한 사회적·심리적 차원을 대표하며, 이들이 영화의 복잡한 내러티브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 캐릭터들을 분석하여, 이들이 상징하는 의미와 영화의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의 역할을 해석해보고자 한다.

 

영화 <버닝> 포스터

정수: 소외된 관찰자

유아인이 연기한 정수는 관객이 이야기에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작가로서 고군분투하며 파트타임 배달 일을 하는 그는 조용한 절망감을 품고 있으며, 이는 소외와 경제적 불안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 정수는 자신의 삶에서 능동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수동적인 방관자로 자리 잡고 있다.

정수의 과거는 가정 내 갈등과 개인적 트라우마로 가득하다. 예측할 수 없는 아버지의 성격과 다가오는 재판, 어머니의 유기 등은 그를 정서적으로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의 농촌에서의 성장 배경과 도시 사회에 적응하려는 투쟁은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개성 사이의 점점 벌어지는 간극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험적 갈등은 특히 해미와 벤과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정수가 해미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깊은 연결과 목적을 갈구하는 내재된 욕망에서 비롯되지만, 이를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그의 무능력은 자신의 열등감을 더욱 심화시킨다.

상징적으로 정수는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회경제적 침체에 갇힌 주변부 청년을 대변한다. 그의 수동적인 태도와 관음적인 성향, 특히 벤을 집요하게 감시하는 모습은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 두 가지를 조화시키지 못하는 인물을 묘사한다. 벤과의 절정적인 대결은 영웅적인 행위라기보다는 그의 붕괴하는 정신 상태를 상징하며, 결국 그의 존재의 비극적 허무함을 강조한다.

 

해미: 붙잡기 힘든 꿈

전종서가 연기한 해미는 이야기를 앞으로 이끄는 수수께끼 같은 촉매 역할을 한다. 그녀는 엉뚱하고 자유분방한 인물로 처음 등장하지만, 이는 깊은 취약성과 주목받고자 하는 갈망을 가리는 가면일 뿐이다. 해미가 자신의 어린 시절 투명인간이었다고 주장하며 선보이는 '굶주림의 춤'은 자신이 보이고 이해받고 싶다는 절박함을 드러낸다. 그녀의 아프리카 여행과 이후의 귀환은 그녀가 세상이 계속해서 외면하는 가운데 의미를 찾으려는 탐색의 은유로 작용한다.

해미와 정수, 벤과의 관계는 그녀가 연결자로서의 역할과 교란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을 보여준다. 정수에게 해미는 이상화된 과거와 일시적인 희망의 단면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녀의 일관되지 않은 행동과 모호한 동기는 의문을 자아내며 정수의 인식을 도전하고 그의 집착을 더욱 부채질한다. 벤에게 해미는 단지 그의 유동적이고 분리된 삶에서 일시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녀의 최후는 선택의 결과인지, 악의적인 의도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이야기를 내성적에서 위협적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된다.

상징적으로 해미는 꿈과 열망의 덧없음을 나타낸다. 그녀의 상실은 삶의 본질적인 혼돈과 예측 불가능성을 깨닫는 정수의 성장과 평행선을 이룬다. 해미는 이야기 속에서 깊이 있고 비극적인 역할을 하며, 정수와 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로 존재하지만, 결국 그들의 삶에서 완전히 지워지고 만다.

 

벤: 불가해한 적대자

스티븐 연이 연기한 벤은 영화의 심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날카로운 불가해함을 도입한다. 벤은 귀족적 부와 특권의 전형으로, 정수의 고난과 해미의 갈망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그의 세련된 태도와 느긋한 오만함은 그를 매력적이면서도 불편하게 만들며, 사회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계층의 분리를 구현한다.

벤이 즐긴다고 고백한 ‘비닐하우스 태우기’는 그의 반사회적 성향을 나타내는 날카로운 은유이다. 이것이 실제 사건인지 상징적인 의미인지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남겨져 있지만, 이는 그의 통제와 지배 욕구를 강조한다. 해미에 대한 벤의 관심과 그녀의 실종에 대한 무관심은 그를 불가해한 적대자로 확고히 만든다. 벤의 캐릭터는 악의 본질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는 진정한 포식자인가, 아니면 단순히 정수의 내적 갈등을 반영하는 거울인가?

상징적으로 벤은 귀족 계급의 무관심을 대변한다. 그의 ‘비닐하우스 태우기’는 소외된 자들의 체계적인 삭제를 비추며, 그의 무관심한 태도는 제한 없는 특권의 감정적 공허함을 강조한다. 영화의 절정에서 정수가 벤을 죽이는 장면은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무의미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절망적인 시도로 더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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